선생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
창 밖을 살펴보면 넓은 운동장이 한 눈에 보이고 나무로 세워 만든 그늘과 의자가 놓여있는 쉼터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적하고 조금은 소란스럽습니다.
똑같은 솔이의 자리. 선생님과 학생들. 학교.
이 상황이 반갑다고 하기엔 솔이는 단 하나. 달라진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솔, 자신이 그 때 죽었었다는것이죠.
숨이 꺼져가고 눈 앞이 어둠에 잡아먹혀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솔이를 관통한 것은 바로 시우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모두가 하교 하고 난 후의 텅 빈 교실 책상에 앉아 잠을 자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과 마주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솔, 당신은 다시 돌아 온 이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멸망했던 세상의 끔찍한 모습도 없고 매번 불안에 떨었던 절망적인 상황도 없습니다.
교탁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선생님을 오랜만에 봅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소식도 알 수 없었던 친구들의 모습 역시 낯설지만 익숙합니다.
우리들이 새로운 사이로 나아간 계기가 된 시간이니까요.
[교실], [교과서], [책상], [선생님]이 보이네요.
선생님은 교탁에 서서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적으며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작문 수업이지만 어쩐지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자니 옆길로 좀 샌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라느니. 지구가 멸망할때 사과나무가 아니라 포도나무를 심을거라느니….
자신의 말을 쭉 이어나가던 선생님은 문득 솔이을 바라보더니 솔이에게 질문합니다.
선생님: 이솔. 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거니?
선생님은 물론 반 아이들의 시선이 솔이에게 몰립니다.
쉬는 시간이 다 되가는지, 교실 복도 창 밖에선 시우가 체육복을 입고 솔이를 향해 짧게 손을 흔듭니다.
그러나 대답 할 때까지 수업을 마쳐주지 않을 작정인지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솔이의 대답을 재촉합니다.
글쎄요... (머리를 긁적이면서... 창문넘어 시우를 한번 흘끗 봅니다.) 함께 같이하고 싶은 친구랑 게임이나 하고싶어요.
게임이나 하고싶다는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솔이가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자, 수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집니다.
마저 교실을 조사할까요? 혹은 시우를 만나러 복도로 나가볼까요?
이솔:(마저 교실 조사 못하면 시우 못보나요?)
이솔:(아니 뭐래 지금 조사하면....시우못보냐는 뜻...)
(볼수있으면 교과서 조사해봅니다.......)
국어 교과서가 솔이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오늘 작문 시간의 작문 주제는 「여름」이었습니다.
작문 주제가 여름인데 왜 다른얘기가 나와서... ( 궁시렁 거리며 책상을 봅니다)
창문이 만들어낸 일직선의 그림자가 솔이의 책상에 경계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푸른 잎들이 책상 위에 자신의 흔적들을 새겨놓는듯 합니다.
책상 사물함 안에 손을 넣으면 교과서. 필통. 책, 시우가 줬던 포켓몬스티커가 들어있습니다.
(스티커 ㅠㅠ)
(스티커만 슬쩍 꺼내서 주머니에 넣고는 일어나 교실을 둘러봅니다)
머리 끝 까지 올라선 태양때문에 교실 안은 그야말로 쨍쨍합니다.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학생도 있고 쉬는시간인지라 친구들과 떠드는 학생들도 존재합니다.
조금 멀리 떨어진 칠판에는 높아지는 온도 때문에 일사병에 걸릴 때를 대비하여 배부된 유인물이 붙어있습니다.
이솔:관찰력|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솔이가 앉아 있는 곳에서 칠판은 그리 가깝지 않기에, 칠판에 붙어있는 유인물을 확인하기까지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유인물에는 < 일사병 예비 방법 >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눈부비적)
SAN Roll|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실패 |
???????
(복도창문 너머로 기대어 당신을 부릅니다)
시우를 만나러 가기 위해 자리에 일어난 솔이는 칠판 앞으로 가 붙어있는 유인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솔:(아 이미 확인한줄 알았어요ㅕ ㅋ큐ㅠㅠ)
이솔:어, 나 잠깐만! 기다려봐! (확인하러 갑니다)
시우를 만나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시우는 물에 조금 젖은 체육복을 입고 솔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는 곧 시작될 여름 방학때문에 분주합니다.
아이들은 자주 소란스러워지고 학교는 기대감에 들뜬 듯한 어지러운 분위기. 복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쉬는 시간이되자 반에서 나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오늘 완전 덥더라~ 축구하는데 죽는 줄 알았어~ (손부채질하며)
시우는 속보이는 말을 하며 솔이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사실 더운건 당연한 소리고 솔이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것일텐데 말이에요.
열 아홉 시우는 그랬습니다. 스물 아홉의 시우도 그랬나요?
운동장 옆에 마련되어있는 수돗물에서 세수를 하고 온 참인지 시우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물로 젖어있습니다.
시우는 10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한시우:너네 무슨 시간이었어? 너 발표하던데?
이솔:아.... 작문시간! 여름이 주제였는데.. (잠깐 말을 머뭇거리고는) 세계멸망에 대해서 얘기하더라고~
선생님이 완전 이상한 나무 얘기를 하다가 나한테도 질문하길래... 대답하기 싫었는데 절대 안끝내줄거같더라고..
윽, 그래서 발표했었어, 그걸 본 너도 대단하다~ (같이 손부채질해줌)
애들 다 너 보고 있길래 같이 봤지 뭐. (푸핫 웃었습니다) 그래서 너 뭐라고 대답했는데?
너도 나무얘기했어?
oO(젠장 이래서 눈치빠른 아기토끼는 안된다니까)
이솔:내가 나무얘기할리가 없잖아 바보야~ (같이 따라 웃어보이고는) 음, 음~ 안알려줄래!
이솔:너도, 애들도 다 처다봐서 얼렁뚱땅 대답했단말야!
난 복도라서 제대로 못들었다고~
이솔:(우리 아기토끼 왤케 궁금해하는걸까요 심리학 굴려도될까요ㅋㅋ)
이솔:심리학|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라봄)
반친구들이 키득대며 웃은 것을 보았기에 정말 궁금했나봅니다.
이솔:(미안해! 내가 KPC한테 너무많이 당해서!)
그으~... 그냥..... 함께 하고싶은 친구랑 얼렁뚱땅 게임하고싶다고 했어!
돼됐지!?
(애들이 웃은 이유를 알겠다는 듯 같이 웃어)
이솔:뭐야 바보야~~ 넌 웃지 말아줘야지! (투닥투닥)
한시우:그 함께하고 싶은 친구가 혹시 나야? (괜히 귀여운 척, 양손으로 꽃받침을 해봅니다)
(투닥투닥맞고 아야야야 엄살피우며 웃습니다)
이솔:아, 아............ 그럴 예정이였는데 갑자기 아니게 됬어 (웃는걸 보고는 쁴죽 입이 튀어나오며 얘기합니다)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으려 하다가 멈칫, 그만두고 팔짱을 낍니다.)
계속 예정대로 가줘~!
한창 복도에서 시우와 대화를 나누는 솔이의 귀에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이솔:듣기|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이틀 뒤면 여름 방학이네. 계획이라도 있어?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기엔 좀 아쉬운데.
아이들은 벌써부터 방학때 할 일을 정하나 봅니다.
이번 여름이 유독 덥기도 하고 여름이 끝나면 이제 고등학생으로 남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10년 전 솔이와 시우는 여름날 무엇을 하며 보냈었죠?
(곧 수능이니까... 공부하다가 지치면 같이 게임하고 그랬었겠지하고 생각합니다)
한시우:계속 그렇게 말 없이 삐져있을거야? (갸웃거리며 삐죽거리는 당신을 보아)
이솔:(삐죽거리는걸 살짝 풉니다) 안삐졌는데?!
그, 그나저나 곧 방학인데~ 넌 여름방학에 뭐 할 예정이야?
아, 나?
아... 이번 여름 방학은 어디 멀리 가야해서, 너랑 같이 못 보낼 것 같아.
열아홉 시우가 … 방학 때, 어딘가로 멀리 간 적이 있었던가요?
분명 과거 솔이와 시우는 함께 마지막 열아홉의 여름방학을 보냈는데.
시우가 악의를 가지고 솔이의 말을 거절한것은 아닌듯 합니다.
이솔:어, 어...? 어?!!!?!! 진짜!?
이솔:음.........글쎄, 날이 더워서 에어컨 틀고 집에서 있을래! (파이리포즈)
이솔:올때 내 기념품사오고...(조금 서운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다시 웃어보입니다)
한시우:응..진짜 미안...장난아닌걸로 줄테니깐..!
이솔:아냐! 미안해하지않아도 괜찮아!! 기념품 기대할게!! (손 휘휘 저어보입니다)
oO(근데 놀러나가는게 아니면어떡하지 라는 표정)
한시우:그래, 에어컨이랑 잘 쉬고있어! 수능공부도 열심히 하구..
복도에 서 있던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가고 복도에는 시우와 솔이만이 남았습니다.
이솔:그러게.. 얼른 들어가! (따라 인사합니다)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솔이 역시 시우에게 인사를 한 후 교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조금 머뭇거리던 시우가 솔이를 불러세웁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갈래?
솔이의 대답을 들은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복도를 걸어 사라집니다.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함께 있을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선생님: 수업 시작할거야. 다들 자리에 앉아.
다시 조용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고 연필이 사각이는 소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어느덧, 익숙한 학교 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수업이 끝났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청소 당번인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책상 아래와 교실을 쓸기 시작합니다.
한껏 시끌벅적한 소란이 지나고 교실문을 나서면 복도에 기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우가 보입니다.
푸르렀던 하늘은 점차 색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시우가 서 있는 창문 뒤로 낮아진 태양이 보입니다.
가방끈을 손에 쥐고 있던 시우가 솔이를 발견하자 웃으며 인사합니다.
한시우:이제 끝났어? 우리 반은 좀 일찍 마쳤어.
솔의 옆으로 걸어오는 시우는 말했던대로 함께 집에 가자고 합니다.
한시우:방학이 얼마 안남았잖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함께 집에 가고싶어. (멋쩍게 웃으며 말합니다.)
시우는 종종 솔이를 집에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이건 바뀌지 않았군요.
그치... 곧 방학이니까.
아, 그럼 천천히 함께 집에 가자! 그럼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같이 따라 웃어보입니다)
교문으로 나가면 시우는 세워둔 자전거를 가져옵니다.
시우가 앞에 올라타고 솔이가 자전거 뒤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솔:(경쾌하게 느릿느릿 가거라 한시우~~~~~~)
학교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자전거를 탄 시우와 솔이의 그림자는 끊기지도 않고 탁. 탁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한시우:세상이 멸망하면 딱 이런 풍경 아닐까?
그러고보니 솔이가 멸망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 할 때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지구에 끝은 이미 정해져있었고 살아있는 것이 죽어있는것보다 가치가 없었던 때.
솔이는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면서 미세한 두통을 느낍니다.
세상이 불에 타고, 혹은 물에 젖어버리고. 폐허가 되고 ….
기억나지 않는 다양한 종말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휙휙 지나갑니다.
이솔:SAN Roll| 기준치: | 59/29/11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너무 빠르게 도착했다고 느낄만큼 솔이는 벌써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솔의 상태를 보고 시우가 괜찮냐고 묻습니다.
10년 후에 이 평화로운 지구의 끝을 시우는 모르는걸까요?
그 끝에서 솔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
이솔:...아! 아냐 괜찮아! 너가 너무 빨리 가서 그래~ (두통때문에 눈을 꾹감고는 손을 휘휘젓습니다)
한시우:뭐라는거야! 완전 아파보이는데.. ...다음엔 더 천천히 몰아볼게.
들어가서 쉬는게 좋겠다 야...
이솔:내일이면 금방 나아질테니까!... 괜찮겠지.
응, 너도.. 들어가서 푹 쉬고! (등 팡팡)
한시우:(등 팡팡 맞고) 아야야... 그래? ...응, 들어가고 내일봐. (걱정된다는 듯 당신을 빤히 보고)
이솔:괜찮아, 괜찮아~ (괜찮다는 어필웃음 지어봄)그리고.. 데려다줘서 고마워, 오늘도! 내일보자.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솔이를 시우가 붙잡습니다.
그리곤 솔이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 내일 만나자 ' 라고 쓰며 웃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방향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시우.
전깃줄이 만들어낸 엉킨 그림자가 유독 눈에 띕니다.
내일은 우리들의 여름에 대해서 말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시우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솔이는 다시 두통을 느낍니다.
이솔:SAN Roll| 기준치: | 58/29/11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제는 거의 다 저물어버린 노을을 바라보면 생각나는 10년 후의 미래.
그 미래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겠죠.
타들어가는 햇빛에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이솔:SAN Roll| 기준치: | 58/29/11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
골로보냅시다
(날라감~~~~
여기 산치체크 많은거같던데 이솔 화이팅~~
개 (GM):화...이팅.............
아이들은 방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보입니다.
오늘은 방학식 바로 전 날이라 수업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습을 주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셨고, 아이들은 주어진 자습에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습니다.
아이들은 이솔의 책상을 둘러싸고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친구2: 듣기로는 열아홉 여름 방학이 제일 중요하대. 향후 10년을 결정한다나, 뭐라나.
그땐 분명 꿈을 이뤄서 멋진 삶을 살고 있겠지?
1:친구1” 야아~ 솔이 완전 인생 2회차인 것 같은 표정하고있어 (꺄르르)
10년 뒤의 미래가 어떨지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닐테죠.
하지만 우울한 미래를 알려줘서 굳이 좋은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을겁니다.
10년전의 이솔 역시, 10년 후가 그렇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이솔:oO(친구1 완전 흑미고 돗자리깔아도 되겠는데)
듣기| 기준치: | 65/32/13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어제와 같은 곳에 서서 이솔을 향해 손을 흔드는 시우가 서 있습니다.
소란스러운 반을 밖에서 쭉 둘러보던 시우는 솔에게 복도로 나오라며 손짓합니다.
이솔:(스리슬쩍 친구들을 지나 반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시우를 보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던 중 칠판에 붙어있는 <유인물>이 보입니다.
<유인물>에 적힌 안내글이 어제와 조금 달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솔:관찰력|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솔:SAN Roll| 기준치: | 55/27/11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이유를 알 수 없던 지구의 마지막이 2년이나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솔이가 유인물 앞에 서서 밖으로 나오지 않자 시우가 한번 더 창문을 두드립니다.
교실 안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여름의 더위가 한층 더 가까워진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차갑게 살얼음이 들어있을 사이다캔을 시우가 장난스럽게 솔의 뺨에 대고있습니다.
사실 이 더위의 근원지는 바로 앞에 있는데 말이죠.
교무실 심부름 가는 길에 생각나서 들렀어.
강당에 의자를 놓아두러 가야하는데 같이 갈래?
방학식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강당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혼자서 하기엔 옮길 의자가 많다며 시우가 솔에게 부탁을 합니다.
밖에 업청덥네~ 고마워, ..이 음료수 혹시 의자 놓아달라는 뇌물인거지?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며 말합니다)
한시우:앗, 들켰나. (널 따라 장난스레 웃었습니다)
같이 가줄거지? (히죽히죽)
이솔:아~ 역시나! 흠흠, 어쩔까나~ (고민하는 척합니다)
안되겠네~ 이 이솔이 함께 해주도록 하지! (허리에 손을 뙇 올리며 말합니다)
한시우:와~! 좋아좋아 너 함께 한다고 했다!
본건물과 이어진 강당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시우:잠시마안... (챙겨온 열쇠로 잠겨진 강당 문 자물쇠를 엽니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공간이 둘을 맞이합니다.
이미 몇명이 앞줄과 뒷줄의 의자를 놓아두고 간 모양입니다.
강당 뒤에는 펼쳐 두어야 할 의자들이 접혀진채 놓여져 있습니다.
한시우:(의자들을 세우며 두번째 줄로 향합니다.)
남은 곳은 다섯번째 줄이랑 여덟번째 줄이야
이솔:(아니 이 많은걸 어떻게 혼자 하라고 시키지)
그럼 나는 다섯번째 줄이랑 여덟번째 줄 하면 되나?
(강당뒤에 의자들을 꺼내러갑니다)
...있잖아. 솔아, 방학 때 보고 싶을거야..
나 간다고 너무 아쉬워하지는마! 방학 끝나고도 만날 수 있으니까. 내가 아주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의자를 착 착, 세우며)
시우의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빈 강당 안에서 울려 퍼집니다.
시우와 솔의 관계는 다른 계절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겁니다.
강당에 놓인 의자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바닥에 얽혀 거미줄같이 퍼져 있고 그 위로 둘의 모습이 방향을 달리한채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밟았던 바닥을 표시할 수 있다면 분명 꽤 아수라장이 되겠죠.
두번째 줄 마지막 의자를 놓으면서 시우가 문득 말을 꺼냅니다.
시우의 목소리는 이 넓은 강당을 울리기엔 너무나 작았지만.
다섯번째 줄에 서 있는 솔이에게는 매우 또렷합니다.
솔이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은 한번입니다.
강당 창문을 가려 놓았던 얇은 커튼이 흔들릴때마다 작은 입자 먼지들이 햇빛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너도 기억하고 있지.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이솔:관찰력|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실패 |
시우의 말 한마디에 강당 안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만 같습니다.
푸른 달력은 여름의 어느 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10년 후에서 왔다는걸.
의자에 두 팔을 기댄 채 시우가 웃으면서 다시 말합니다.
우리가 ... 너무 많이 죽었다는거.
솔이는 시우의 말을 도통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단 한번의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은걸요.
시우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높은 체온을 가진 솔의 피부 위로 시우의 손바닥이 닿았다가 떨어집니다.
솔의 앞머리를 넘겨주는 시우는 앉아있는 솔이와 시선을 맞춥니다.
이솔:듣기|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한시우:몇번이나 세상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었는지...모르겠어...
사람들은 무너지는 지구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로 시간을 돌렸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과거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솔아. 네가 미래를 기억한다는건,
10년후 있을 멸망 땐 네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야.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 물어봐야 하는 것도요.
하지만 솔의 머리에는 기억되지 못했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상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봐왔던 시우와 자신의 '달라진' 모습들.
그때마다 반드시 '지구는 멸망해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지금의 모습도 그 '돌아온' 과거일테죠.
이솔:SAN Roll| 기준치: | 54/27/10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때마다 시우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솔의 손바닥에 인사말을 적곤 했습니다.
지금 이 지구가 무너져 내려도 우린 또다른 과거에서 또 다시 볼테니까.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쿵. 쿵. 널뛰기를 하듯 들려오고 올라간 몸의 열 때문에 온 몸이 화끈거립니다.
시우의 다정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솔이는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누군가가 솔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얇은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눈을 떠서 보고 싶지만 쏟아지는 잠은 유혹적이고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집중하여 손에 쓰고 있는 글자를 어림잡아보면 나타나는 글자는 …
솔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다섯개의 보건용 침대가 놓여있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솔이가 누워있는 침대의 오른쪽에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아, 네...
시우가 널 업고 여기까지 왔어.
방금전 까지 네 옆에 앉아있었는데 교무실에서 부르길래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야.
담임 선생님껜 내가 말해둘테니, 오늘은 이만 집에 가서 쉬렴.
아, 열사병. 주의하고, 알지?
그 말을 끝으로 시원한 물과 약을 건네준 뒤 나가보라며 손짓합니다.
그렇다면 손바닥에 내일 보자고 쓴 사람은 시우군요.
복도를 나오자 또 다시 여름의 습도가 솔이를 감싸안습니다.
보건실 앞에 있는 투명한 유리창문 밖에선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위험한 직선과, 교차하는 선들을 가진채 존재하는 그림자들.
우리들의 10년전 여름은 이렇게 푸른데 왜 10년후의 여름까지 푸를 수는 없는걸까요?
밖을 보고 있는 솔이는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 한명을 마주칩니다.
그 학생은 시우와 솔이가 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대뜸 솔에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하필이면 여름 방학때 전학을 간다니.
졸업이라도 하고 가면 좋았을텐데.
어? 너 몰랐어? 시우가 말 안했어?
걔 여름 방학 때 완전 다른곳으로 전학가버린대!
지금 교무실 불려간 것도 쌤하고 그 얘기하려고 그런거일걸?
나한텐.. 아무말도 안했는데..
솔이를 제외한 학교 아이들은 시우의 전학 사실을 알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거, 쌤이 나눠준건데 네가 반에 없어서 대신 전해주러 온 참이였어.
이솔:...아냐 너라도 얘기 들어서 알게 됬으니까..
솔이는 학생이 나눠준 유인물을 건네 받습니다.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4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이솔:SAN Roll| 기준치: | 54/27/10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쉑 왜 여기서 자꾸 극단을 띄워)
세상은 빠르게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분명 이솔 당신과, 시우가 있겠죠.
시우를 만나기 위해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솔은 교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선생님과 시우의 대화를 듣습니다.
이솔:듣기|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선생님: 너무 갑작스럽게 가게 된 거라 친구들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하겠네.
아이들하고 인사는 다 했어?
다 인사 하고 왔어요. 라고 말하는 시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가는 김에 이것 좀 미술실에 놓아두고 갈래?
내일 방학식에 사용할건데 교무실에는 자리가 없어.
선생님은 시우게 심부름을 부탁하고 돌려보냅니다.
교무실 안에서 나온 시우와 앞에 서 있던 솔이 만납니다.
슬퍼하지도않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솔이가 알던 10년 후의 시우는 이러지 않았는데.
10년 전, 여름에 서 있었던 시우의 모습은 분명 이렇지 않았습니다.
같이 갈래?
두 손에 박스를 들고 있는 시우는 먼저 걸음을 뗍니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없는 빈 학교 안을 걷고 있는걸까요?
창 밖을 바라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운동장에 서 있던 골대와 나무들이 길게 늘어집니다.
파란색이었던 우리들의 모습은 다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얼룩덜룩입니다.
실수로 누군가 섞어 놓은 것만 같은 붉은 물감을 묻힌 것만 같은 모습으로 미술실 문이 열립니다.
미술실에 들어온 시우는 선생님께서 건네 준 박스를 책상 위에 올리고 하나 둘 정리를 시작합니다.
솔이가 들고 있는 유인물에 적혀있는 멸망의 시간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변한 채로 아무 의미도 없는 지구의 끝을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건네준 박스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먹과 색종이 같은 것들로 꾸며놓은 다양한 그림들이 시우의 손에서 정리되었다가 사라졌다가, 펼쳐졌다가를 반복합니다.
시우는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척 묻는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사이가 그때처럼,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처럼.
이솔:...이미 알고있는거 아냐? 몇년 남은것도.
전학간다는거... 왜 얘기 안했어?
우리 둘이 같이 있는게 문제라서 그래.
1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으니까.
....좀 위태롭긴 하지만, 괜찮을거야.
우리가 멀어지면 멸망이 다가 올 시간은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아갈거야.
....너에겐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한시우:우리를 멸망하게 만드는 존재는 다음 멸망을 위해 항상 다음 사람을 찾고 있거든.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바로 너야, 솔아.
반복되는 지구의 멸망은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들에게 지구의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까지 계속해서 멸망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세상은 또 다른 방법으로 무너졌고 시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시우를 어떻게 다 이해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시우가 그냥 넘길 수 있을까요?
이솔:..넌 괜찮아? 전학 가버리면,.. 영영 안본다면.
한시우:....하지만 내가 너와 있으면 순식간에 멸망이 다가올테고, 너는 또 아플게 분명하잖아.
이솔:(진짜 이방법밖에 없는건가요........................................... 아이디어롤이라도 굴리고싶습니다 하늘의목소리님)
(진짜야....?)
(거짓말하지마............)
내가 아픈건.... (괜찮다고, 보내고싶지않다고 말하고 싶은데 많은 시간을 반복한 시우 앞에서 말할 수가 없는지 말을 꾹 삼킵니다)
진짜 바보야 한시우..........
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한시우:...아니..막을 수는 없을거야. (미간을 찌푸린 채 친구들의 작품을 마저 정리합니다.)
조금 늦춰지는 것 뿐이지, 피할 수는 없어.. 난...난 그저..
(말끝을 흐리더니 곧 마음을 다잡고 네게 말합니다.) ....네가 그 고통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해.
이솔:늦춰질..뿐이구나.. (정리하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봅니다)
(자꾸 자신의 생각은 안하고 제생각만 하는 시우의 말에 조금 울컥합니다) ....그럼 네 고통도 반복하지 않는거야?
한시우:그...그건 잘 모르겠어. (눈 질끈)
이솔:뭐..? 네 고통은 반복할 수 있는데... 왜 내 고통만을 생각하는거야.
한시우:(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잠깐 멈칫하곤 고민합니다.) (...고민 끝에 입을 열고 네게 말합니다.) ...어째서겠어! 난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해!
정해진 멸망을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 덜 슬퍼질 수는 있는거잖아!
적어도 지금이 아닌, 우리의 다음 과거를 위해서.
사람들은 '멸망' 에서 멀어지기 위해 더 오래된 과거로 가고 싶어했고 시우 역시 '멸망'에서 10년 전의 과거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영영 이별한다면, 다음 과거에서도 이별이겠죠.
그 과거에서도 안녕이라면 그 다음 과거에서도 만나지 않을겁니다.
시우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떨리는가 싶더니 후두둑.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면서 우는 시우의 모습 뒤엔, 어제와 같이 선명한 노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생의 마지막에서 분명 네가 생각나겠지만 다음 생에는 너와 내가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생각하며 끝을 맞이하는건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니까요.
새삼스럽지만 시우는 이제 희망이 아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우는 정리하던 물건들을 내버려둔채 솔이를 지나쳐 미술실 밖으로 나갑니다.
내일 또 보자는 말을 우리들만 알아 볼 수 있는 말로 손바닥에 적는 행동도.
웃으며 헤어지고, 내일을 기약하던 그 인사도.
달아오른 온도와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도 ….
노을이 지는 창 밖의 풍경을 사진처럼 담은 미술실 안에 홀로 남은 솔은 정말 내일, 시우를 볼 수 있는걸까요?
솔이가 들고 있는 '유인물'이 가리키고 있는 멸망의 시간이 이제 고작,
이솔:SAN Roll| 기준치: | 54/27/10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여름 방학식을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시우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솔와 시우가 만나지 않자 유인물에 적힌 멸망의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2년입니다.
이대로라면 시우의 말대로 10년까지 되돌아가겠죠.
한껏 높은 습도와 온기를 자랑하던 교실 안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안내방송: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송에 반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 나갑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시고 소란을 잠재웁니다.
솔이도 가야겠죠? 방학식에 빠질 수는 없으니까요.
솔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생님께서 솔이를 부릅니다.
미안하지만, 미술실에 가서 아이들이 제출했던 숙제들을 가져와줄래?
미술 선생님께서 미술실에 놓아두셨다는데 바빠서 가져오지 못했거든.
방학식에 맞춰서 아이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야.
어제 시우가 미술실에 놓아두었던 그 박스를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이솔:(어제 일이 생각나듯 눈을 짧게 찔끔감고는 다시 풉니다) 네. 가져올게요.
선생님: 그래, 그럼 부탁한다. 강당에서 기다리고있을게.
선생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들뜬 아이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울면서 가버린 시우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는 것도 꺼림직한 일이지만 말이에요.
미술실에 들어가자 어제와 똑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아무도 없는 미술실 내부. 다른게 있다면, 창 밖에는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니라 새파란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솔은 탁자 앞으로 가 시우가 어제 정리해서 놓아둔 내용물들을 챙깁니다.
그림들과 글의 주제는 전부 '멸망' 에 관한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것들까지 바뀌어버린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솔:지능|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실패 |
(이솔!!!!!!!!!!!!!!!!!!!!!!!!!)
멸망이 가까워진만큼 사람들 틈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나봅니다.
이솔:관찰력|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솔이는 숙제를 정리하다가 그림과 글들 아래에 놓여진
푸른 하늘과, 구름이 그려진 곳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학교.
물이 많은 물감으로 번진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퍼져있습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두명의 사람만이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언제 그린건지, 누가 그린건지 알 수 없습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를 방해하는 건 여름의 습도밖에 없었다. 내 젊음은 시간에 비해 너무 빨리 소모 되었다. 달력이 줄어드는게 무서워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망치려고 할 때면 여름이 자꾸만 나를 가로막았다. 멸망은 우리들에게 너무 먼 이야기야. 6년 후. 8년 후. 10년 후 ….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너와 함께 했던 여름의 흔적이고 불안한 노을이 만들어 낸 직선의 그림자 밑에서 울던 너의 얼굴이지. 어리기 때문에 위태로운 여름은. 원래.
여름이란, 나에게 다가오는 높고 낮은 파도를 건너는 일.
바다가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파도를, 너를. 반복될때마다 만나는 우리를.
우리는 항상 같은 일을 반복했다. 여름 내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달라질 수 없다고 이미 만나버린 우리가 이별해야 하나요?
그림 안에 그려진 두 사람의 존재를 솔이는 이미 깨달았을테니까요.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을 다 읽은 솔의 발 아래로, 상자 안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솔이가 지금 시우를 만나러 가면 시간은 다시 줄어들겠죠.
안내방송: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당신을 부르는 듯 한 열아홉의 마지막 '여름 방학식' 에 가야 하는게 맞을까요?
(그림을 본 뒤,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시우를 영영 못 만날지도 몰라요. 안내방송을 무시한채 시우를 만나러 갑니다.)
다시 돌아 온 10년 전의 과거가 결코 아름답지 않을거란 사실 또한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과거에서의 여름은, 누구를 처음으로 사랑해야 하나요?
흘러 나오는 안내 방송은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했던 심부름도. 열아홉의 여름 방학식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여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무더위가 피부 위에 내려 앉습니다.
곤두박질 치는 것만 같은 푸른 하늘이 시야에서 지나쳐 흘러갑니다.
교문을 막 나가려고 하는 모습.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보지 못할테죠.
시우는 '다음 과거' 를 위해 솔이를 떠나려고 했으니까요.
솔이는 달려서 교문을 넘어가려는 시우를 잡아세웁니다.
지금 바로 지구가 멸망해버린다 할지라도 반드시 하고 싶은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게 원망이든, 질책이든. 슬픔이든 사랑이든 무너져 버릴 뻔한 우정이든.
안내방송 못들었어? ....
이솔:그야 지금 안보면 영영 못볼거 같으니까.
그야 우리들은 사실 마냥 서로를 기다렸으니까요.
시우가 솔에게 다가서서 말없이 솔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씁니다.
하지만 이게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란걸 알아요.
다음 이 과거에서도 이 마지막 말만은 잊지 않기로 해요.
시우가 매순간마다 솔, 당신의 손에 말 없이 적었던 이 말을.
Ending 1.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는 또 내일 만나자.